편지로 전해진 500년의 사랑

국가기록원, 남편의 사랑 담긴 한글편지 복원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 못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며) 울고 가네”

 

500년 전, 부인을 아꼈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편지가 국가기록원에 의해 복원되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安定羅氏) 묘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한글 편지를 복원했다.

 

이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 분묘 이장 중 나온 것으로, 나신걸(羅臣傑 15C중반~16C전반 추정)의 부인 신창 맹씨(新昌 孟氏, 생몰년 미상)의 목관 내에서 미라, 복식, 명기 등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번에 복원된 편지는 소장처인 대전선사박물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순천김씨 묘 출토 한글편지(충북대박물관 소장, 1555년)보다 앞선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발굴 당시, 총 2점이 접혀진 상태로 신창 맹씨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당시 함경도 군관으로 나가 있던 남편이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의 뒷장에 받는 사람이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있다.

 

신창 맹씨는 평소 남편에게 받은 선물과 같이 간직하다가, 그녀가 사망하자 평소 고인이 아끼던 편지를 함께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복식문화, 한글고어 등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편지에는 나신걸이 멀리 함경도 경성(鏡城) 군관으로 부임 받아 가면서 부인 신창맹씨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의 여러 가정사를 두루 챙기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본문 중에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하며) 울고 가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분과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이어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다.

 

또한, 편지에 보이는 고어 한글은 매우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정갈하게 썼다. 특히 16세기에 주로 사용되었던 경어체인 ‘~하소’라고 적고 있어 조선 전기 부부간에 서로 존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부부간의 소통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고 있는 이 편지는 오랜 기간 매장되어 있었음에도, 산소가 차단된 채 한지에 쓰여 있어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질이 많이 약화되어 그대로 둘 경우 원본 훼손이 우려되어 보존처리했다.

 

우선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취약한 재질을 보강하기 위해 비슷한 재질의 한지로 배접을 하였다. 복원처리가 완료된 기록물은 취급이 어려운 재질의 기록물 보존에 유용한 초음파 봉합처리(Ultrasonic Encapsulation:보존용 필름사이에 기록물을 넣고 초음파로 봉합하는 기법)를 실시하여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복원된 기록물은 전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복제본을 제작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부부의 날을 맞아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은 당시의 기록물을 복원할 수 있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하며, 조선시대 언간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소장 기록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기록물에 대해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간 3·1독립선언서를 비롯하여, 4·19관련 기록물 등 중요 기록물 71건을 지원 해왔으며, 2012년도에는 독도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대외 국권수호 등 영유권 관련 지도류’에 관한 복원·복제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글편지 전문 (번역 : 서원대학교 배영환 교수)

 

편지<1> 판독문 전문

 

 뎐디 다 어우리 주고 녀지이 마소  내 , 텰릭

 

보내소 미나 닙새  보논 몰애 든  가래질

 

여 어우리 주고 심도 죵의 말 듣(?)고 [삭-1] 녀지

 

이 마소  내 헌 간 사텰릭 긔섀 주소 긔섀 오

 

복경이 니펴 가뇌  가래질 제 긔섀

 

보와 도옥라 소 논 가래질 다고 슌워

 

니 노하 리소 브리디 마소 구디 려 니소 영

 

동의 가 알외여 우리 논 인 겨셔 경셩 군

 

과니 월 열흘 드러오니 게 가 아라 

 

 내 옷 가져 드러오라 소  모매 영동

 

의 가 무러 그 군관과  드러오라 소 그 군

 

과 일호미 니현죵이라  소니  내

 

삼뵈 텰리기라 모시 텰리기라 셩니로

 

여 다 보내소  분고 바 여

 

사 보내뇌 지븨 가 몯 녀가니 이런 민망

 

이리 어 이실고 울오 가뇌 어마님 아기 뫼(?)고

 

다 됴히 겨소 년  나오고져 

 

뇌  다랑이 슌 마니  노내  열연 말 니필소

 

 노내  닐굽 말 손댱명의 노내  단 말 쇼과니 

 

 노내  단 말 구디지에(?) 던 노내  단 말 니문

 

지에 노내  여 말 죵도[삭1][첨1]리  노내  여

 

말 즌 고래노내  열 말  두 말 구레 바 피  너 말

 

뭇(?)구레예 [삭1] 피  너 말 삼바 피   말 아래 바 피

 

시  말 닷 되 □  바 피 시 서 말 어셩개 밀

 

바 [첨1] 피 시 서 말 허오(?)동이 어우리(?) 던 보노 시 서 말

 

편지<1> 번역문

 

또 전지(田地, =논밭) 다 소작(小作) 주고 농사짓지 마소. 또 내 □른 철릭 보내소. 밑에나(=안에나) 입세. 또 봇논(洑)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소작 주고 생심(生心)도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 또 내 헌 간 사철릭(紗--. 생사로 짠 비단 철릭)을 기새 주소. 기새 옷을

 

복경이 입혀 가네. 또 가래질할 때 기새 보고 도우라(도옥라?] 하소. 논 가래질을 다하고 순원이(인명) 놓아 버리소. 부리지 마소.

굳이(=굳게) 데려다 이르소. 영동에 가서 아뢰어 우리 논 있는 곁에서 경성 관이 내월 열흘께 들어오니 게 가서 알아 함께 내 옷 가져 들어오라 하소.

또 반드시(모름지기) 영동에 가서 물어 그 군관과 함께 들어오라 하소. 그 군관의 이름이 이현종이라 하는 바이니 또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라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가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며)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또 다랑이 [슌] 많이 하는 논에 씨 열여섯 말, 이필손의 논에 씨 일곱 말, 손장명의 논에 씨 다섯 말, 소관이가 하는 논에 씨 다섯 말, [구디지에(?)] 하던 논에 씨 다섯 말, 이문지에 논에 씨 여덟 말, [죵도리] 하는 논에 씨 여덟 말, 진 구레논에 씨 열 말, 또 두말 구레 밭에 피 씨 너 말, [뭇(?)구레예] 피 씨 너 말, 삼밭에 피 씨 한 말, 아래 밭에 피 씨 한 말 닷 되, [] 하는 밭에 피 씨 서 말, 어성개 밀(?) 밭에 피 씨 서 말, [허오(?)동이] 소작 하던(=주던) 봇논에 씨 서 말.

 

편지<2> 판독문 전문

 

안부 그지업시 수업시 뇌 지븨 가 어마님미라 아기(?)

 

라 다 반가이 보고 가고져 다가  혼자 가시며 날

 

몯 가게 시니 몯 가 녀가뇌 이런 민망고 셜

 

온 이리 어 이실고 군과  휘면

 

내 모로 마디 몯 거실쇠 가디 말라 

 

 거 긋드리 가면 병조의셔 회덕골로 

 

이여 자바다가 귀향 보낼라 니 이런 민망

 

 이리 어 이실고 아니 가려 다[첨1]가 몯여 영

 

안도로 경셩 군관 여 가뇌 내 고도 겹텰

 

릭 보내소 게 가면  뵈와 명디와

 

흔니 무명이 하 귀니 관워니 다 무명

 

오 닙다  무명 겹텰릭과 무명

 

단텰릭과 니블라  모매 마니 여

 

설 쇠오디 말오 경셩으로 구디 여 드려

 

보내소 옷 몬 [삭-1] 미처 지을 양이어 

 

무명을 마니 보내소 두 녁 그 투슈 텨

 

보내소 무명옷 이시면 게갠 오시사 몯

 

여 니블가 민망여 뇌 모로매 여

 

보내소 길히   길히라  양식 브겅

 

이 여 주소 모라디 아니케 주소 뎐디예 구실란

 

[상1]형님 라 주소 여 구실 답소 공셰란 박튱의

 

[상2]긔 가 미리 와 둣다가 공셰 회환소  디혀다가 두소

 

[좌1] 골셔 오 뎨역 주려고 뎝여 주워

 

[좌2] 완니  덩시리려 셰 려 바

 

[좌3]다 뎨역 츠라 소  녹숑이사 슬거오니

 

[좌4]녹숑이려 무러보와 저옷 답려 거

 

[좌5]뎨역글 녹숑에 맛다 츠라 소 녹숑이 저옷

 

[좌6]답거 골 가 건녀 보라 소

 

[좌하1]쉬 비게 소□것 마

 

[좌하2]니 달라 여 쇼쳥

 

[좌하3]라 소

 

[뒤1] 회덕오냥

 

[뒤2]가인 샹 유무 벌□ 셰 즉재 다 받소 리 보내소 立四(?) 수결

 

편지<2> 번역문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將帥)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못)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군관(자리)에 자망(自望,자기를 추천)한 후면 내(=자신) 마음대로 말지 못하는 것일세.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兵曹)에서 회덕골로 문서를 발송하여 조회하여(照會--) 잡아다가 귀향 보내게 될까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아니 가려 하다가 못하여 영안도(永安道, 咸鏡道)로 경성(鏡城) 군관이 되어 가네.

 

내 고도(古刀. =낡은 칼)와 겹철릭을 보내소. 거기는 가면 가는 흰 베와 명주가 흔하고 무명이 아주 귀하니 관원이 다 무명옷을 입는다고 하네. 무명 겹철릭과 무명 단철릭(=홑철릭)을 입을까 하네.

 

모름지기(반드시) 많이 하여 설을 쇠지 말고(=설을 쇠기 전에) 경성으로 굳게(=단단히) 하여 들여보내소. 옷을 (설) 못 미처 지을 것 같거든 가는 무명을 많이 보내소.

 

두 녘 끝에 토시를 쳐(=둘러) 보내소. 무명옷이 있으면 거기인들 옷이야 못하여 입을까? 민망하여 하네. 모름지기(반드시) 하여 보내소. 길이 한 달 길이라 하네. 양식을 브경이(인명?, 넉넉히) 하여 주소. 모자라지 아니하게 주소. 전지(田地, =논밭)의 (온갖) 세납이란 형님께 내어 주소 (말씀)하여 세납에 (대해) 대답하소. 공세(貢稅, =공물(貢物)는 박충의댁에 가서 미리 말하여 두었다가 공세를 바꾸어 두소. 쌀 찧어다가 두소.

 

또 골에서 오는 제역(除役, =면역(免役)) 걷어 모아 [뎝여] 주거늘 완완히(緩緩-) 가을에 덩시리(인명)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제역을 치라 하소. 또 녹송이야 슬기로우니 녹송이에게 물어보아 제(저라고)가 대답하려 하거든 제역을 녹송이에게 맡아서 치라 하소. 녹송이가 저(이다)라고 대답하거든 골에 가서 뛰어다녀 보라 하소. 쉬이 길을 떠나게(?) [소,것] 많이 달라 하여 하소연하여 청하라 하소.

 

회덕 온양댁

 

가인(家人)께 상백(?) 편지 벌써(?) 자

 

세히 즉시 다 받았소. 빨리 보내소. 입사(?) 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