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고아원 출신 아내 사망, 친언니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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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8.24 1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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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는 물론 배우자조차 없다면 상속재산은 나라에 귀속 
- 부모만 없을 뿐 일반적인 상속절차와 큰 차이 없어

 

[한국기자연대] “얼마 전 제 아내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아내의 재산이 배우자인 저에게 상속되었습니다. 문제는 아내가 고아원에서 자랐고 친언니가 한 명 존재한다는 겁니다. 저희는 아직 아이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우 아내의 언니가 저에게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도 있나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분)이 사망하면 상속자들 간 상속 관계를 두고 혼란을 겪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상속권이 생기면 당연히 우선순위 상속인에게 재산이 상속되지만, 상속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고아원 출신인 경우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게 느껴진다.

 

24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고아원 출신의 피상속인이 사망할 경우 법률상으로는 선 순위에 있어야 할 상속인이 없어 후 순위 상속인이 1순위 상속인이 되기도 하고 사망 즉시 상속권이 소멸하는 경우도 있어 상속 관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아원 출신 아내가 사망했다면 결혼했기 때문에 친언니는 유류분권이 없다”고 부연했다.

 

‘고아’의 사전적 의미는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아 몸 붙일 곳이 없는 아이를 뜻한다. 즉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없이 자란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부모님만 없을 뿐 친형제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엄 변호사는 “이 경우 한 형제가 사망한다면 다른 형제에게 상속권이 발생한다”며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친형제에게 상속권이 생기는 일이 드물지만, 부모가 없고 친형제끼리 자랐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속권이 있는 형제는 유류분 권리도 행사할 수 있다. 가령 삼 형제끼리만 자란 경우 혼인하지 않은 셋째가 첫째에게만 모든 재산을 주고 사망했다면 둘째는 첫째 형제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2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아 출신의 사람이 혼인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 고아 출신 여부를 떠나 상황은 더 간단해진다. 엄 변호사는 “혼인한 경우라면 배우자 간 상속권이 생기게 된다”며 “아이까지 낳았다면 배우자와 아이가 공동상속인이 되고 고아가 아니더라도 이 조건은 동일하다”고 전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는 존재한다. 혼인했더라도 아직 아이가 없다면 사망한 사람의 부모에게도 상속권이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 A와 B가 혼인을 했는데 아직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 A가 사망했다면 배우자인 B와 A의 부모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말이다.

 

엄 변호사는 “해당 상속절차에서 형제 상속인들이 자신에게도 상속권이 생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형제간에는 다른 형제가 혼인하는 즉시 상속권이 사라져 혼인한 형제가 사망하면 형제의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친동생이 사망 시 그의 배우자에게 모든 재산이 넘어가더라도 사망한 형제의 재산에 대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고아원 출신인 사람이 가족은 물론 혼인까지 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면 어떨까. 법률상으로 상속권은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상속순위에 포함되어 있다. 즉 부모나 형제, 배우자가 없다면 4촌까지도 상속권이 생긴다는 말.

 

엄 변호사는 “만약 4촌 이내 가족까지 없다면 상속권은 소멸하고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나라에 귀속된다”면서도 “다만 생전에 채무 문제가 있다면 채권자들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상속재산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재산 관리인이란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이 법원에 요청하여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선임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