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즐기면서 깨어 있자!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 갈등 문제도 아직

테러 위협에 대한 일부의 우려와 달리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양궁, 수영, 유도 등 여러 종목에서 거듭 선전하면서 지독한 경제 불황과 삼복의 무더위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고 있다.

  

 

올림픽이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세계적인 대축제이고, 우리나라 선수들도 대거 참가하여 높은 성적이 기대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올림픽 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 오랜 경기 침체, 부채 증가, 꾸준한 물가 상승과 같은 극심한 생활고를 묵묵히 견뎌온 우리 국민들이니 마음껏 이 축제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올림픽을 즐기다 못해 너무 몰두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여기서 잊어선 안 될 중요한 것이란 바로 현실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여당의 공천 비리,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공기업의 민간화 조치, 정연주 KBS 사장의 거취, 여당 수뇌부 인사가 개입한 국방부 납품 청탁 비리 등의 문제가 당장 중요한 현안으로 닥쳐 있으며,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문제도 아직 덮어버리고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올림픽 금메달에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다.

 

  

 

현실에 대해 무뎌지는 것,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 등은 스포츠의 이 점을 악용하여 자국의 국민들을 마음대로 조종한 인물들이다. 히틀러는 1차 세계 대전 패전 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국가의 면모를 쇄신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패전의 기억을 망각하고 다시 한 번 대규모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

 


 

히로히토 천황은 2차 세계 대전 패전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직접 전국적인 스포츠 대회들을 개최함으로써 전범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지우고 황실의 권위를 회복시켰다. 그리고 1958년 아시안 게임과 1964년 올림픽까지 도쿄에 유치함으로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과 반성 의식을 가지고 있던 자국민들에게 다시 자랑스러운 대일본의 자부심을 심어놓았던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 2’에서는 악역인 비리재단의 이사장 역할을 맡은 정준호가 강력부 검사 강철중 역의 설경구에게 다음과 같은 대사를 던진다. “너희들은 때맞춰 월드컵 축구 경기나 보여주면 그만이잖아?”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무시 받는 국민이 되어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