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5.3% 상승하며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5%대에 진입해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진영 수석연구원은 7일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G7 국가와 OECD 국가 평균 상승률을 각각 1.9%p, 0.9%p 상회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물가불안이 심각하다”면서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로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물가불안마저 가세함에 따라 서민의 가계 부담이 가중되는 등 경제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소비자물가지수 지출목적별 부문의 11개 품목 중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품목의 특징으로, 올 상반기 중 차량연료비, 식료품비, 주거·수도·광열비(집세 제외)의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으며, 식료품비, 외식숙박비, 교육비, 집세 등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품목별 물가상승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식료품비, 차량연료비, 집세 등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3%) 중 식료품비, 차량연료비, 집세의 기여도는 각각 1.4%p, 0.6%p, 0.3%p로 물가상승의 절반 이상을 이들 품목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OECD 주요국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중 품목별 물가상승률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식료품비와 집세는 각각 9.5%, 3.3% 상승해 OECD 국가 평균 상승률인 3.5%와 1.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료품비의 경우 올 상반기 한국의 식료품 가격상승률은 9.5%로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물가수준도 세계 최고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OECD 최하위 수준이며, 가공식품의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고, 유통구조가 비효율적으로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비의 경우 올 상반기 중 한국의 교통비 상승률은 6.7%로 OECD 주요국 평균 5.6%를 크게 상회하였으며, 특히 차량연료비는 동 기간 중 12.0% 상승해 교통비 상승을 주도했다는 것.
반면, 대중교통이용료는 OECD 평균의 41% 수준으로 2011년 상반기 중에는 2.7% 상승하는데 그쳐, OECD 평균 상승률(3.6%)을 하회하고 있다는 것, 한국은 원유 사용의 97.9%(2009년 기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연료비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으며. 다만, 아일랜드 등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정유사 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차량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비의 경우는 올 상반기 교육비 상승률은 1.8%로 OECD 국가 중 20위를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상승률은 4.7%로 OECD 주요국 평균 상승률 4.1%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가계소비지출 중 교육비 비중이 7.5%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2위인 일본(2.2%)의 3배 수준으로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초·중등교육에서의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과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인 대학등록금이 교육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집세의 경우 올 상반기 집세 상승률은 3.3%로 OECD 국가 중 3위이며, 1인당 명목 GDP 대비 대도시 아파트 집세(2009년 PPP 기준)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가거주 비중이 축소된 반면, 월세를 중심으로 임대가구가 늘어나며 집세가 상승하고 있고, 임대주택시장의 대부분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미흡해 집세 상승기에 가격상승을 완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진영 수석연구원은 “품목별로 물가불안 요인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외적 요인과 제도 및 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면서 “대증적 처방만으로는 정책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물가불안의 구조적 요인을 제거해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는 한편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집세, 교육비 등 제도적 요인에 의해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품목은 공급체계 개선, 제도 재설계 및 경쟁촉진 등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