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와 모금.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는 고집 세고 마음 넓은 아이들이 있다. 오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4일간의 지리산 종주를 떠나는 두레학교(경기도 구리시 소재) 6~7학년 ‘막무가내 대장부’팀(17명)이다.
“한 사람이 멀고 험난한 종주에 성공하면 모두 31,000원의 기부금을 모으게 된다. 우리가 걷는 한걸음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힘차게 포기하지 않고 걸으려 한다(안태민, 7학년).”
목표는 천왕봉이 아니다. 정상 등반보다는 완주에 의미가 있다. 6~7학년 20여명이 지리산 종주에 성공하면 1km당 1,000원씩 모금해 아름다운재단의 ‘길위의희망찾기기금’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여행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인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아이들의 걸음이 또래 친구들의 희망 찾는 길 떠나기를 돕는다. 미래세대가 미래세대를 돕는 것이다. 모금 목표액은 500만원. 5월 29일 현재 124명으로부터 약 340여만 원을 약정 받았다.
‘종주와 모금’의 결심을 굳히게 된 사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순례로 모금을 벌여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시민모금가 손성일(37)씨의 사연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당시 이 학교의 최병훈 교사가 손 씨의 미담을 소개했고 ‘고집 세고 마음 넓은’ 아이들은 홀딱 반했다. 이후 자연스레 준비가 이뤄져 막무가내 대장부의 지리산 종주와 모금이 실천에 옮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지리산 종주로 총 38명의 기부를 받아 320여만 원의 모금액을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또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의 여행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막무가내 대장부는 5월 중순부터 일명 ‘지옥훈련’에 돌입했다. 아침마다 걸어서 등교하는 것은 물론 인근 아차산에서 장장 여섯 차례에 이르는 산행연습과 체력단련을 함께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지리산 역사와 설화 등도 공부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 동네 형, 누나 등을 만나 “지리산 종주에 성공하면 모금에 꼭 동참해 달라”며 약속받고 다녔다.
이제 며칠 밤만 자고나면 노고단을 시작으로 31km 지리산 종주 대장정의 날이 시작된다. 천왕봉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지리산 운무의 장관이 펼쳐질까, 비가 오진 않을까, 부상자가 생기면 어떡하나…… 종주에 나설 친구들 사이에선 기대와 걱정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그래도 종주에 대한 각오만큼은 똑 소리가 난다.
“생각만 해도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옥훈련과 여러 가지 준비를 통해서 지리산 종주를 해낼 것이다. 모금된 후원금은 형편이 어려워 여행을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쓰일 것이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꿈과 소망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며 큰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막무가내 대장부 대장 김혜연).”
또래 친구들을 돕기 위해 지리산 종주를 감행하는 미래세대 시민모금가 막무가내 대장부. 희망의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행이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