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이스크림과 반값 아파트

불만제로’라는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에서

지난 여름, 문화방송의 ‘불만제로’라는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에서 반값 아이스크림 문제를 다룬 일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형 마트는 막론하고 작은 슈퍼마켓에서조차 거의 모든 빙과류가 50% 할인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 가격이 반으로 할인된다면야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것이 아니겠냐마는, 제작진이 추적한 바에 따르면 반값 아이스크림은 바로 빙과제조업체 간의 담합에 따른 교묘한 상술의 결과였다.

 


 

빙과제조업체들은 먼저 소매상에 뒷돈을 지급하는 등의 수단을 통해 빙과를 반값에 팔도록 종용한다. 그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빙과의 가격이 할인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단 소비가 급증하면 미리 담합한 빙과업체들이 일제히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만약 정가가 1000원인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처음에는 소매상에서 500원으로 할인 판매하고 그에 따라 소비는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다 업체에서 아이스크림 정가를 2000원으로 인상하면 실제 판매가는 2000원의 반값인 1000원이 된다.

 


 

그러면 가격은 애초의 1000원에서 변동이 없지만 소비자에게는 마치 상품 가격이 50% 할인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왜 빙과류를 할인 판매하는 것인지는 생각지도 못한 채 당장 50%라는 큰 할인율에만 눈이 멀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마는 것이다.

 

이번 인수위가 내놓은 ‘지분형 주택분양 제도’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보면서 빙과 업체의 상술과 흡사하다고 느낀다. 실수요자는 아파트 가격의 51%만 부담하고 나머지 49%는 투자자가 낸다면, 일시적으로는 기존의 반값에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에는 앞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되는 것을 제어할 만한 방안이 없다. 아파트 가격이 지금의 두 배로 뛰면 실소유자의 부담금은 지금과 똑같아지는데도 자기 집에 대한 소유권을 반밖에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분형 주택분양 제도는 정부 스스로가 주택을 투자의 수단으로 인정함으로써 부동산 투기가 더욱 번질 우려가 있다. 또,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만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제도가 성공하면 집값 상승, 실패하면 투자자 손실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가 결정적으로 민심을 잃은 계기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다수가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돌아섰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 당선인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