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연대 김순연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국외채권 회수 금액 중 1위가 1990년 중반 우리기업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추진한 도로 및 통신공사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회수하는 데만 30년 가까이 걸리면서, 체코 원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국회 산자중기위, 인천동구미추홀구갑)이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에 확인한 결과, 1998년 4월 파키스탄 핵실험으로 1조원 규모의 도로 및 통신공사를 진행하던 대우, LG상사(現 LX인터네셔널), 쌍용(現 GS글로벌), 삼성물산 등 총 4개 기업에 보험사고가 발생, 무보가 3,311억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당시 지급된 보험금은 3,311억이지만, 채무재조정과 이자 등에 따라 무보가 파키스탄 측으로부터 받은 누적 회수금은 2024년 현재 6,306억원이며, 2027년 만기까지 849억을 추가로 회수해야 파키스탄의 채무 상환이 종료된다. 보험사고 발생 약 30년이 되는 2027년에야 채권회수가 완료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9년 1월부터 시작된 파키스탄 채무재조정 회의에 참여한 데 이어 2003년 10월 파키스탄과 양자협정을 최종 체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무보 측의 설명이다. 대규모 보험금을 회수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회수 기간이 무려 30년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체코 원전 건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은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두코바니 5호기는 금융 지원이 없다”면서도 “향후 6호기 건설부터는 체코 측 요청이 있는 경우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무보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원전 건설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입찰 제안서에 첨부했다. 이에 따라 무보는 체코 원전 건설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허종식 의원은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국외채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파키스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체코 원전 재정지원에 대한 리스크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